자존감 높은 아이,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정말 잘했어!”, “역시 우리 딸 최고야!”, “대단한데?”
부모가 자녀에게 자주 사용하는 말들입니다. 아이가 숙제를 끝냈을 때, 발표를 잘했을 때, 새로운 도전을 해냈을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칭찬을 건넵니다. 칭찬은 아이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며 자존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말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과연 칭찬이 자존감을 키우는 유일한 방법일까요? 아니면, 칭찬이 지나칠 경우 외부의 인정에만 의존하는 아이로 자라게 되지는 않을까요?
최근 심리학과 교육학 분야에서는 칭찬보다 더 깊은 힘을 지닌 말이 있다고 말합니다. 바로 ‘인정의 언어’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칭찬과 인정의 차이를 살펴보고, 자녀의 내면에서부터 자라나는 자존감을 키우기 위한 인정의 말과 태도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칭찬보다 강한 '인정'의 언어, 그 이유와 실천 방법
1. 칭찬은 외적 동기, 인정은 내적 자존감을 키웁니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어떤 행동을 잘했을 때 자연스럽게 칭찬이라는 형태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시험 100점 맞았구나, 역시 똑똑하네!”, “축구 골 넣었어? 정말 잘했어!”, “너무 착해서 엄마가 기분이 다 좋아졌어”와 같은 말들은 아이에게 즉각적인 성취감을 안겨줍니다.
그 순간만큼은 아이도 기뻐하고, 부모와의 관계도 부드러워집니다. 문제는 이런 칭찬이 반복될수록 아이는 점점 ‘성과’나 ‘결과’로 사랑받는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는 점입니다.
아이는 점차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100점을 맞았으니까 칭찬을 받았어.”
“골을 넣었기 때문에 엄마가 나를 대단하다고 했어.”
“칭찬받지 못할 행동을 하면 나는 좋은 아이가 아닌 걸까?”
이처럼 조건부 칭찬에 익숙해진 아이는 외부의 평가에 자신의 가치를 의존하게 됩니다. 스스로를 믿기보다는, 타인의 반응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잘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압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도전보다는 실수를 피하고, 자기 표현보다는 눈치를 보는 방향으로 자라게 될 가능성도 커집니다.
반면 인정의 언어는 행동이나 결과를 넘어 아이의 존재와 감정, 그리고 과정 그 자체를 바라보는 태도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 시험은 기대만큼 안 나왔지만, 너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구나”, “실망했겠지만 거기서 다시 일어난 너를 보니 엄마는 정말 뿌듯해”, “넌 네 생각을 스스로 표현할 줄 아는 멋진 아이야”와 같은 말은 결과와 상관없이 아이의 마음과 태도, 성장을 응원하는 메시지입니다.
이런 언어는 아이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괜찮은 존재야"라는 자존감을 길러줍니다.
즉, 칭찬은 “어떤 행동을 했기 때문에 좋은 사람”이라는 외적 조건을 강조하는 반면, 인정은 “그냥 너이기 때문에 소중해”라는 내적 가치를 일깨워주는 것입니다.
자존감은 결국 타인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서 비롯됩니다.
아이 스스로가 자신의 마음과 노력을 이해하고 긍정할 수 있을 때, 자존감은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자라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인정의 언어를 사용할수록 아이는 외부의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삶의 기준을 스스로 세우는 힘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면의 안정감은 학업, 친구 관계, 사회생활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자신감과 회복탄력성으로 연결됩니다.
칭찬이 필요한 순간도 분명히 있지만, 그것이 유일한 피드백의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진심에서 우러난 인정의 말 한마디가, 때로는 수십 번의 칭찬보다 더 깊은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감동은 아이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아,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믿는 힘으로 바뀌게 됩니다.
2. 인정의 언어는 아이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주는 태도입니다
아이들은 실패할 때, 실수할 때, 감정을 표현할 때 자주 ‘부정적인 평가’를 경험합니다.
“그런 거 가지고 왜 울어?”, “형처럼 좀 해봐”, “또 실수했니?”와 같은 말들은 아이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주지 않는구나라는 인식을 갖게 합니다.
반면, 인정의 언어는 결과나 비교가 아닌, 아이의 감정과 경험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그림을 그렸을 때, “정말 잘 그렸네!” 대신 “너는 이 그림을 그리면서 어떤 기분이었어?”, “이 색을 고른 이유가 있니?”라고 묻는다면 아이는 자신이 표현한 것에 대해 인정받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특히 사춘기 자녀는 평가에 민감하고, 부모의 반응에 따라 자존감이 쉽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잘잘못을 판단하기보다, “그렇게 느꼈구나”, “그 상황에서 많이 힘들었겠다”와 같은 감정에 대한 인정이 아이의 내면에 깊은 위로가 됩니다.
3. 인정의 언어는 아이를 ‘평가’가 아닌 ‘관계’ 속에 놓이게 합니다
칭찬은 종종 부모-자녀 관계를 수직적인 구조로 만들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행동을 평가하고, 아이는 그 평가에 따라 행동을 조절합니다. 이 구조에서는 아이가 부모의 기준에 맞는 아이가 되어야 사랑받는다는 조건부 수용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인정은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합니다. 아이의 감정과 선택을 ‘틀린 것’이 아닌 ‘하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아이가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부모와의 관계에서 진정한 소통을 경험하게 합니다.
이러한 관계는 자존감을 키우는 토대가 됩니다. 인정받는 경험이 쌓일수록 아이는 “나는 나로서 괜찮은 존재야”라는 메시지를 내면화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친구 관계, 학교생활, 미래의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4.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인정의 언어 예시
부모가 일상에서 자녀에게 건넬 수 있는 인정의 언어는 다양합니다. 다음은 상황별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표현 예시입니다.
- 노력에 대한 인정:
“실패했어도 시도한 네가 자랑스러워.”
“결과보다 너의 과정을 보는 게 더 기뻐.” - 감정에 대한 인정:
“속상했겠다. 그렇게 느낄 수 있어.”
“무섭고 떨렸지? 그런 감정이 드는 건 당연해.” - 존재에 대한 인정:
“넌 네 생각을 스스로 표현할 줄 아는 아이야.”
“네가 있어서 우리 가족이 더 따뜻해.” - 선택과 주체성에 대한 인정:
“그렇게 결정한 이유가 있구나. 너의 선택을 존중해.”
“스스로 결정한 걸 보니 멋지다.”
이러한 말들은 단순히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말이 아니라, 아이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아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 신념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5. 인정의 언어는 부모 자신에게도 필요합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에게는 따뜻한 말과 격려를 아낌없이 건네면서도, 정작 자신에게는 비판과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곤 합니다.
“왜 그땐 그렇게밖에 못했을까?”, “또 참지 못하고 화를 냈네”, “내가 부모 자격이 있긴 한 걸까?”와 같은 내면의 목소리는 부모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고, 자존감을 갉아먹습니다.
하지만 자녀에게 인정의 언어를 건네기 위해서는, 부모 자신이 먼저 인정받는 경험을 해야 합니다.
인정은 타인에게 주기 이전에,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출발합니다.
육아의 매 순간을 완벽하게 해내는 부모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실수와 감정의 기복 앞에서 자기 자신에게 너무 가혹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는 오늘도 아이를 키우기 위해 애썼어.”
“완벽하지 않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어.”
“화도 났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고 사과했어. 그것도 용기야.”
이처럼 자기 자신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연습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닙니다.
이것이 바로 감정 회복력의 시작이자, 부모 자존감의 핵심입니다.
자신을 인정하는 부모는 감정적으로 더 안정되고, 자녀의 감정을 수용하는 데에도 여유가 생깁니다.
또한 부모가 자기 감정을 돌보고 인정하는 모습을 자녀가 직접 본다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감정은 숨길 것이 아니라 다룰 수 있는 것이며, 실수해도 괜찮은 존재라는 신념을 배우게 됩니다.
즉, 부모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도 자신을 사랑하는 태도는 아이에게 매우 강력한 본보기입니다.
육아는 매일매일 자신을 시험대에 올리는 과정입니다. 때로는 화가 나고, 좌절하고, 후회하게 되더라도 그 모든 감정을 겪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일, 그것이 진짜 ‘부모 됨’의 시작입니다.
아이의 자존감은 부모의 자존감 위에서 자라납니다.
자신을 비난하는 부모보다, 자신을 인정하는 부모 밑에서 아이는 더 깊은 자기 사랑을 배우게 됩니다.
오늘 하루, 아이에게 “잘했어”라고 말한 만큼, 부모인 당신 자신에게도 이렇게 말해보세요.
“오늘의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았고, 충분히 괜찮은 부모야.”
그 한마디가 당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온기는 분명 아이에게도 전해질 것입니다.
자존감은 '존재의 힘'을 믿는 언어에서 자랍니다
칭찬은 순간의 반짝임이 될 수 있지만, 인정은 아이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 자양분입니다.
자녀가 잘할 때뿐 아니라, 실수했을 때, 주저앉았을 때, 흔들릴 때도 **“너는 그 자체로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바로 진짜 자존감을 키우는 양육입니다.
자녀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을 갖기를 바라시나요?
그렇다면 오늘부터 결과보다는 과정에, 행동보다는 존재에 주목해 주세요. 그리고 그 아이를 향해 이렇게 말해보세요.
“나는 너의 마음을 보고 있어. 너는 너답게 살아갈 수 있는 멋진 아이야.”
그 한마디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릅니다.